2020 09 12 등산, 아빠의 한계
생일을 맞이해서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산의 기운을 받아 좋은 1년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일이라고 유별난 날도 아니고, 그냥 아침에 부모님에게 전화드리고 산을 타기로 했다. 같이 가기로 한 동생도 잘 나왔다. 월욜에 학원 들어간다길래 운동시킬겸 데려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억세게 왔으면 안 올라갔을 텐데 그냥 올라간다. 신발은 헬스장에 놓고와서 그냥 스니커즈 신고 올라가는 중, 그 동생도 역시나 플랫슈즈... ㅋㅋㅋ 지나가는 등산객들 모두 한 마디씩 걱정을 던지고 간다.
산에서는 비가 많이 떨어지지 않는데,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농축돼서 탈모 걱정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가는 길 옆에 계곡이 있어서 참 좋은 산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상에 가까울 수록 가파른 바위가 등장한다.
로프를 잡지 않으면 도저히 못올라갈, 바위에도 쇠못이 박혀있는데, 그거라도 밟고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이 길로 내려가는 순간 미끄러져 죽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른 코스를 찾았다.
다행히 내려가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쪽으로 내려가고 나서 안건데, 반대쪽으로 내려가서 경기도 구리시 까지 가게 됐다. 내려 오는 길에 정말 대단한 장면을 보았다.
아버지 두명이 같이 등산을 하는데, 뒤에 아기를 등에 엎고 온 것이다. 심지어 이번이 두번 째란다.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산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엎고 온 것인가.. 진짜 너무 놀라서 존경한다고 했다. 그리고 산 타는 속도도 얼마나 빠른지 내려가고 있을 때 그 분들은 올라가고 있었는데, 거의 다 내려갔을 때 쯤, 우리를 제쳐서 내려갔다...
체력이 진짜 대단하다.
내려온 곳 초입에는 군부대가 있었다. 산에는 군부대가 하나씩은 있나보다, 청계산에도 하나 있던데 그 곳은 완전 소규모였는데, 여기는 꽤 큰 규모였다. 내려오는 길에도 옛 6.25 전쟁때 유격대의 은거지였다는 것을 보면.. 지리적으로 중요한 곳이긴 한가 보다.
돌아와서 친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안 챙겨줄거 같은 사람들이 챙겨주니 좀 신기했다.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의미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머리는 자르는게 좋겠다. 눈썹정도로만 하는게 뭔가 더 깔끔하고,, 부시시한 느낌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여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