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생각

태풍이 오니 떠오르는 기억

그저 그 하루 2020. 8. 26. 20:21
반응형

제주도에 살아서 그런지 태풍과 관련된 기억들이 다수이다. 그 중 가장 강력히 기억에 남는 것을 몇 개 적어보려 한다.

 

1. 매미

매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 육상 당시의 날짜이다. 9월 12일 내 생일에 맞춰서 제주도에 온 매미는 내 의식 속에 첫 번째 태풍의 위력이다. 당시 나는 할아버지 집에 있었는데, 할아버지의 집 대문은 여닫이 반회전문이다. 바람이 너무 쎄니까 그냥 문이 계속 열리고, 닫히고가 반복했고, 전기는 끊긴지 오래다. 길가에는 물이 발목 높이까지 차오르고, 내가 마당에 왜 나갔는지는 모르지만, 마당에 나갔다가 자동차가 바람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뒷걸음질치고 도망친 기억이 난다.

 

2. 나리

나리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히 큰 태풍이었다. 오랫동안 태풍이 온다하면 겁이 났었으니까. 나리의 진행선은 제주도를 관통하는 길, 사실 태풍의 왼쪽이기에 나리가 오기 전에는 걱정이 딱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나리가 일으키는 바람의 방향과 함께, 우리 아파트의 창문 방향이 딱 맞아 떨어지면서 집 안으로 빗물이 폭포수처럼 들어오기 시작했었다. 그 때, 집에는 나와 누나밖에 없었는데, 부모님에게 연락할 유일한 방법인 유선전화가 끊기면서 우리는 고립이 되었다. (아파트의 유선전화는 휴대폰보다 잘 끊겼었다.)

 

처음으로 생각한 우리의 탈출 희망은 경비실이었다. 하지만 나와 누나가 우산을 들고 가자마자 우산이 바람에 날아가버리면서 그 시도는 접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물이 너무 들어와서 정말 방 안에서 첨벙첨벙 해도 될 정도로 물이 들어왔다. 나와 누나는 급하니 이웃집 문을 두들기며 다니기 시작했다. 다행히 옆 집의 가족이 랩핑도 해주고, 같이 물도 빼줘서 곧 물은 다 빠졌다. 그런데, 방에 들어온 물은 거실까지 들어차서 아직도 우리집 마루는 조금씩 들 떠 있다.

 

그 이후로 태풍이 오면 어디 가지 못하게, 부모님을 붙잡아 두는 것 같다.

 

3. 덴빈, 볼라벤

덴빈과 볼라벤 중 어떤 것이 등교를 한 지 모르겠다. 정작 엄청 쎌 때는 등교를 하게 하고, 약한 태풍이 오니 등교를 하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남는다. 태풍이 부는데 등교하니 택시를 타고 갔고, 택시 문이 안 열리고, 닫힐 때 엄청 쎄게 닫힌 기억이 나고, 제주도에서 잠잠한 태풍이 육지에서 많은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 신기하고 어이 없었다.

 

사실 태풍이 불면 제주도는 웬만해선 등교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뉴스에서 항상 육지의 등교정지명령이 내려지는 것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반응형

'떠오른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 09 08에 꾼 꿈  (0) 2020.09.08
2020 08 27에 꾼 꿈 (시험, 롤 , 폭행 그리고 여행)  (0) 2020.08.27
2020 08 25에 꾼 꿈  (0) 2020.08.26
2020 08 22에 꾼 꿈  (0) 2020.08.23
1/2  (0) 202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