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동안의 고독

그저 그 하루 2020. 5. 21. 17:03
반응형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책은 도서관에 갈 때마다 자주 눈에 띄었던 책이다.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었기에, 고독에 관한 재미없는 책인 줄로만 알아서 무시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것이 문학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남미 문화와 관련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관심이 생겼다. 더군다나 이 책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아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으로 향했다.

 

혜원 출판사의 책을 읽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이었다. 중간중간의 일러스트가 중간중간 인물의 모습과, 부엔디아 가문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

 

책을 폈을 때,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이름들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우르슬라를 필두로 이름들이 모두 비슷하다. 그리고 가계도만 봐서는 도저히 답이 없다. 한 명의 여자를 두고 두 형제가 같이 결혼하고,  이모와 결혼하고 그런 모습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일단 그 문제는 2번 째로 두고, 이름을 헷갈리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몇 번씩, 가계도를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줄거리>

부엔디아 가문은 근친혼에 대한 저주를 받았다. 마콘도라는 도시를 개척한 호세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는 둘이 사촌지간이기에 자신들의 아이들도 돼지꼬리를 달고 다닐까봐 아주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 위협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 가문의 시간이 흐를수록, 부엔디아의 피, 우르슬라의 피는 어디 가지 않고,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를 뿐, 집안의 저주는 계속 그들의 주위를 맴돈다. 자유파의 혁명, 외래인들의 마콘도 방문, 철로의 도입 등 많은 변화가 생기고, 집시들을 통한 다양한 외래문물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들 집안만은 계속 그대로 멈춘 듯했다.

집안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여 고독해지거나,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아 고독해지기도 하고, 과거의 지식에 빠져 고독해지며, 결국은 고독을 향해 고독으로 향했다.

그렇게 그 집안은 고독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여러 명이 동시에 나오는 일은 적었고, 특징적으로 이름을 구분 지어줬기에 헷갈림은 적었다.)

 

그러다가 그들의 운명을 마무리 지을 인물이 나타난다. 아우렐리아노의 이름을 띈 사생아가, 그녀의 이모 아마란타 우르슬라와의 사랑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자마자 마콘도 마을은 점점 황폐해졌고, 그들은 사랑의 눈에 멀어 그 마을이 사라짐 속에서도, 고독과 함께, 사랑의 힘으로 그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그런데 돼지꼬리 달린 아이가 태어났고, 아마란타 우르슬라는 죽는다. 충격에 빠진 아우렐리아노는 2일 동안 밖에 나갔다 왔는데, 아이도 개미 때에게 끌려가는 것을 본다. 그러자 그 옛날의 집시 멜키아데스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의 것은 나무에 묶일 것이며, 마지막의 것은 개미한테 먹힐 것이다.'

 

사실 멜키아데스는 죽어서도 이 가문의 사람들한테 모습을 종종 드러냈다. 그들이 양피지에 적힌 글들을 읽는 순간이면 까마귀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나타나 그들에게 과거의 얘기를 들려주곤 했다. 아우렐리아노는 답이 멜키아데스의 양피지에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진실을 알자 그 이야기는 멜키아데스가 부엔디아 가문에 대한 예언이었음을 깨달았고 자신의 미래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때 마콘도는 이미 사라지고 있었고, 아우렐리아노는 결국 마콘도는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다시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을 읽지 못하고 죽고 만다.

 

<감상>

1. 이 책을 읽으면서 오디오북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100년 동안의 가문의 고독이 정말 술술 읽힌다. 이야기의 진행이 거침없이 흐르기 때문에, 잠시 집중을 끊으면 갑자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하고, 누군가 죽는다거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놓치기 십상이긴 하지만, 100년간의 이야기를 500페이지 남짓한 곳에 이렇게 효율적으로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100년의 시간을 함축하여 썼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과 함께 백 년을 산 기분이 들 정도이다.

 

2. 환상적 일들이 가득하다.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거나, 죽은 뒤에도 나타나고, 비가 몇 년씩 온다거나, 가족과의 사랑, 그러나 그 안에서의 사실적인 면들이 다 숨어 있다. 몇 년이나 비가 온다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지만, 그 안에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또한 사실적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라틴아메리카는 모든 것이 가능한 땅이기에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물론 100%는 아니더라도 신화적, 전설적 문화와 그리고 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중남미 사람들의 태도가 잘 보이는 책이었다. 그런 점까지 고려되어 문학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다.

 

3. 마르케스는 이 책을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감명을 받아 타이핑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단하다. 체계적인 계획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써 내려가며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는 것이 아닌가.

 

4. 이야기 부분 부분마다  큰 의미를 찾기보다는 이런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생생함과 그 재미를 느끼며, 즐긴다면 더 재밌는 감상이 될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