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 예전부터 추천을 받아왔지만, 내용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어서 미뤄도 된다는 핑계로 미루던 영화.
하지만 이번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기에, 얘기가 나온 김에 바로 다운을 받았다.
영화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로멘스영화들 중에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는 기준은, 이 사람이 실존 인물일거 같고,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는 순간들이 계속 되면서 그들이 설레는 순간에는 내가 더 설레는 주책같은 순간들이 계속된다.
영화<이터널 선샤인>에서도 너무 공감하면서 봐서 후유증이 꽤 있었는데, 이것도 그런 예상이 드는 영화였다.
첫 장면에 등장하는 독일인 부부의 싸움
남편이 '여성 7만 명이 알콜중독자'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읽다가, 옆에 앉은 아내에게 "너도 그 중 하나야"라고 말한다. 아내는 격분해 "당신이 알콜중독자"라고 반박하자, 남편은 "술 마시는 이유가 있지. 당신이랑 결혼했잖아!"라는 내용의 대화가 나오는데, 중간중간 들리는 내가 아는 독일어 단어가 그냥 반가워서 집중도를 상승시켜줬다.
기차 안에서 시작한 그들의 대화는, 남자가 하룻밤만 빈에서 같이 있자고 하면서 기차 밖으로도 연결이 된다.
아마 제시는 이 때부터 셀린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셀린도 아마 호감이 있으니까 따라 나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제시가 보여주는 설득은 감탄할만 하다. 조금의 관심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혹해서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미련을 잘 보여주는 대사다.
'미래의 결혼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그 남자라면 어땟을까 중 한 명이다.'
둘의 호감이 잘 드러나는 장면. 서로 LP판 부스에 들어가서 노래를 듣는데, 마주칠듯 안 마주치는 그들의 시선이 보는 내가 더 애간장 타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아마 이 둘도 이 때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관람차에서 하는 첫 키스, 그들의 마음을 서로 확인하게 된다.
(이 둘의 인상적인 점은 가는 곳마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 그리고 드는 생각 이런 것을 자유롭게 주고 받는 다는 점이다.)
그 다음의 손금을 봐주는 장면과 교회에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 시인에게 적선 하는 장면을 통해
이 둘이 마냥 잘 맞는 사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대화는 잘 통하는 사이지만 서로가 완전 쿵짝이 잘맞지는 않다.
그래도 아마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지금의 특수한 만남 덕분에 그리고 운명적 이란 생각에 그들이 크게 마찰을 빚지는 않는 것 같다.
셀린의 이 말에 동감을 했다. 나도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는 큰 믿음은 없지만, 어떠한 이유로 기도를 간절히 올리는 사람들, 그리고 역사적인 의미에서 갖는 교회의 의미를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생각을 말하는 부분에서는 셀린에게, 행동과 개인적 의견이 들어가지 않는 대화에서는 제시에게 내가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시가 셀린에게 툴툴대는 두 장면. 시인이 시를 줬을 때는 그냥 지어진 시에 자신들이 제시한 단어를 가져다 붙힌거다.
그냥 우리 사이에 적절해 보이는 시 아무거나 한거니 너무 운명적이라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손금봐주는 할머니도 그냥 돈 냈으니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어린 아이 같기도 하지만 너무 운명에 얽매여서 다음번 만남을 기대할 수 없게끔 하는 걸 경계한다는 C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그들의 다음 번 만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나오는데 둘 다, 서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 그들은 자신의 가식을 인정하면서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그들은 과연.. 진짜 만날 수 있을지
<비포 선셋>을 통해 확인을 해야겠다.
영화 감독의 별명이 시간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1시간 40분의 영화에 전혀 부족함 없는 밤을 담아냈다. 멋있다.
영화가 끝나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보여주는 장면이 왜 좋았을가. 그들이 다시 만날 것이라는 암시인지..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암시인지. 꿈에서 깨어난 곳을 보여주는 것인지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부분에서 둘은 정말 이상적이다. 대단히 어렵고 대단히 복잡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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